“선배, 우리 헤어질까요.” 모리사와 치아키는 타카미네 미도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저 바라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타카미네 미도리는 다시 한번 입을 열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선배. 저는 선배를 좋아해요. 싫어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생각해왔어요. 저희 그래도 굉장히 긴 시간을 연인으로서 사귀었잖아요. 선배가 나를 좋아하는 건 알고 있어요. 사랑받고 있다는 걸 항상 느끼니까. 근데, 나는 항상 선배를 필요로 하지 않아. 매순간 보고싶어하지 않아요. 선배의 지인들은 전부 나를 알고, 항상 나를 보면 모리사와 치아키가 널 끼고 다니지 못해 안달이다 라는 말을 해요. 그런데 내 지인들은? 선배한테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나요? 아니야. 매순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모리사와 선배를 싫어하..
여기서 한 모금만 더 마시면 난 죽을 거다. 라는 생각이 들 때 즈음, 모리사와 치아키는 술집에 딸린 화장실 안의 세면대 위 거울에 머리를 박고 있었다. 분명 술 깰 겸 물 좀 묻히려 했던 것 같은데 깜빡깜빡 곧 점멸할 듯한 의식 사이로 눈에 힘을 주고 정신을 차리려 노력한 결과, 몸엔 물 한 방울 안 묻어있고 저는 고개를 밤공기에 시원해진 거울에 이마를 대고 진탕 술에 절은 숨을 내쉬고 있었다. 숨이 거울 표면을 타고 도로 제 얼굴로 올라와 다시 한 번 더 코로 술을 마시는 것 같은 착각이 일자 간신히 이마를 거울로부터 떼어내었다. 이 정도로 마시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 오랜만에 본 동창들의 얼굴에 신이 나기도 했지만 긴장이 완전히 풀려있던 모양이다. 집에 가면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캬-” “우와, 완전 아저씨같은 감탄사” “음- 아저씨라면 아저씨라고 할 수도 있지 않나!” “... 뭐, 아저씨라고 정의할 수 있는 나이가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선배 얼굴 보고 아저씨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딱 잘라 이야기하는 미도리 앞에서 치아키는 푸슬푸슬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아직 반쯤 차 있는 맥주캔을 얼굴에 가져다대었다. “으아- 역시 덥긴 덥구나. 맥주도 금방 식는 것 같다!” 모리사와 치아키와 타카미네 미도리는, 열대야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치아키는 냉방기구에 약했다. 에어컨을 들여놓기는 했으나 제습의 용도로만 주로 사용할 뿐 냉방으로는 잔기침을 하고 코를 훌쩍이기 시작하는 치아키 덕에 30분 이상을 틀어 놓을 수가 없었다. 일하는 곳에서는 냉방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