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루님(@ruru_22__)과 연성교환 여하튼 유난이야. 그리 생각한 미도리는 옷장을 뒤적거렸다. 치아키는 전날부터 제 흥분을 감추질 못 했다. "단 둘이서 데이트라는 목적으로 놀이동산에 가는 것은 완전 처음이지 않나!" 데이트 기분을 내고 싶다! 첫 데이트니까! 놀이동산 데이트는! 그렇게 말한 치아키는 서로 다른 시간에 출발할 것을 제안했다. "데이트는 원래 만나기 전의 설렘도 매우매우 중요하다!" 서로 어떤 옷을 입고 나올까 상상한다든가, 뭐 그런거 있지 않나. 우리가 하루이틀한 데이트 한 사이에요? 하지만 너무 신나보이는 얼굴에 대고 그리 말할만큼 불만스러운 부분은 아니었다. 알겠다고 대답한 미도리는 픽 웃었다. 설렘이라니, 단어선택이 퍽 귀여웠다. 그래서, 저보다 일찍 나간 선배는 바보인게 틀림..
비가 내렸다. 선배는 유독 비에 약한 사람이었다. 함께 학교에 다닐 때는 몰랐던 점이고 동거를 꽤 오래하고 난 뒤에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동거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에 무뎌졌을 때,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는 동거생활에서 드러난 사실이었다. 아마도 선배가 선배의 가족들과 함께 살거나, 혼자 살 때도 계속 그래왔을 것이라 추측해본다. 언제나 태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비가 오는 날만큼은 사실 태양과 닮은 사람이 아닌 태양에 의해 생명력을 부여받아 살아가는 사람 같았다. 마치 저 혼자서는 빛을 내지 못하고 태양빛을 반사해 빛을 내는 떠돌이 별들처럼. 역사에서 빠져나오니 어둡게 내려 앉은 하늘 아래에서도 여기저기서 번쩍거리는 전광판들로 눈 앞이 환했다. 개중 프렌차이즈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갔다. 비가 오는데..
처음엔 단순히 춘곤증이라 생각했다.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앞에서 그대로 잠들었다 깨워지는 일이 부쩍 늘었다. 타카미네씨, 요즘 계절 타? 몸 안 좋은 거 아니에요? 수면시간 잘 챙겨. 요즘 일찍 잠들었고 적당히 해가 뜬 뒤에 일어났기 때문에 잠이 부족한 게 원인은 아닐 것이다. 정말 단순히 봄이라 그런 걸지도. 겨울과 봄을 제멋대로 넘나드는 날씨에 나처럼 꾸벅꾸벅 조는 사람은 얼마 없었지만 제일 그럴싸한 이유였다. 올해 봄은 유독 전국 전역에 퍼지는 속도가 느렸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느끼기 시작한 것은 전철에서부터였다. 내려야 할 역을 잠을 자느라 놓쳤다. 바로 전 역에서 다음 역이 하차 역임을 확인한 뒤 등받이에서 등을 떼어내고 품 안에 끌어안고 있던 가방을 한쪽 어깨에 걸쳐 맸다. 더 이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