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절임이 맛있는 내 단골집 사장님에 대한 이야기 내가 자주 오는 이 선술집의 주인은 은퇴한 연예인이다. 이 사실은 언젠가 술에 꼴아서 우리 집에 들이닥친 주제에 2차를 외쳐대던 친구 덕에 알게 된 사실이다. 평소 연예계에 관심이 많던 친구는 술을 더 달라며 징징대는 그 입을 막기 위해 데려간 내 단골집에서 단숨에 술기운을 떨쳐내고 내게 귓속말로 사장님의 정체를 까발렸다. 카운터 뒤에서 칼질하고 있는 저 꽃미남을 보고도 여태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냐며. 그 자리에서 사장님의 이름을 알게 되었지만 취미도 일도 연예계와는 거리가 멀었던 나로서는 갑작스레 단골집 사장님의 개인정보를 턴 기분이었다. 듣고 보니 확실히 잘생긴 얼굴이긴 해서 호기심이 동해 그 자리에서 폰으로 검색한 사람이 할 말은 아니지만. 검색 ..
*하이틴 AU 모리사와가 던진 농구공이 백보드를 맞고 튕겨나와 네트를 통과해 바닥으로 떨어졌다. 경쾌한 소리를 내며 튀어오르는 공을 잡아 모리사와는 옆구리와 팔 사이에 끼고 티셔츠로 대충 땀을 닦아냈다. 그 사이 승용차 하나가 옆집 차고로 들어갔다. 꽤 늦게 들어왔군. 모리사와는 차에서 사람들이 내리기 전에 공을 대충 내려놓고 바닥에 널브러져있던 겉옷을 집어올려 팔을 끼워넣고 마당 구석에 세워져있던 자전거에 올라탔다. 그리고 몇 블록 떨어진 곳의 피자가게를 향해 페달을 밟았다. 타카미네는 오늘은 일찍 자라는 부모님의 잔소리를 뒤로한 채 계단을 올랐다. 문을 닫고 불을 끄고 침대에 몸을 던진 뒤에 메신저 알림으로 끊임없이 번쩍대는 휴대폰 화면을 멍하니 쳐다보다 대충 머리맡에 던져놓았다. 벽면에 늘어놓았던 ..
모리사와 치아키가 악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다. 선이 존재한다는 것은 악이 존재함을 의미하고 정의는 정의롭지 못한 것들을 바로잡기 위해 필요하다. 그럼에도 모리사와 치아키가 믿은 것은 결국 정의가 그 모든 것에 있어 승리하리란 사실이었다. 소년은 사람들을 믿었다. 운 좋게도 그는 고교에 진학하기 전까지 그 믿음이 흔들릴 만한 일을 겪지 않았다.그랬던 그가 히어로를 표방해 명맥을 유지해온 아이돌 유닛에 들어가 마주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악의였다. 악의에는 그럴듯한 이유조차 없었다. 이유없는 악의에 치아키는 자꾸만 작아졌다. 치아키가 유닛에 들어오기 전의 티 없는 꿈의 일부 같았던 대장은 떠났다. 그래도 저보다 높은 곳에서 시작해 계속 자리를 지킬 줄 알았던 동급생은 돌연 사라졌다. 홀로 남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