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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미네가 해외 로케 일정을 끝내고 돌아오는 날이다.

 

바득바득 일정을 앞당기고 미뤄 바로 오늘을 휴일로 만들어낸 모리사와가 침대 위에서 눈을 뜨자마자 곧바로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 메신저 앱을 켜고 타카미네와의 대화창에 들어가 잠들기 전에 수십 번을 확인한 도착시간을 다시 눈에 새겼다. 몇시간 뒤에 새파란 하늘을 가르며 착륙할 비행기 안에서 타카미네 미도리는 지금 꾸역꾸역 긴 몸을 담요와 함께 말아 불편한 자세로 잠을 청하고 있을 것이다. 아직은 창밖이 어두웠다. 맞춰두었던 알람시간보다 한참 전에 깨어버린 모리사와는 다시 눕는 대신 이른 준비를 택했다. 어차피 지금 깬 걸 보면 같은 이유로 제대로 다시 자지 못하고 일어날 것이 뻔했다. 

 

동이 트는 것을 바라보며 차를 모는 모리사와는 자꾸 들뜬 마음을 따라 위로 향하는 입꼬리와 저려오는 손끝, 다리를 어찌하지 못하고 운전에 집중하려 애썼다. 새벽의 도로는 한산했다. 뻥 뚫린 도로가 기분 좋았다. 사실 도로상태가 어떠했든 좋았을 것이다. 조금 뒤에 얼굴을 보고 끌어안을 수 있다는 사실 덕분이다. 

 

하늘이 마침내 완전한 푸른 색을 되찾았다. 평범한 직장인의 출근 시간보다 조금 더 이른 시간에 공항에 도착한 모리사와는 전광판을 쳐다보았다. 주변에 사람이 얼마 없었다. 반가운 사람을 요란스럽게 맞이하면 얼마 없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그런 조용한 분위기. 엄청 질색할테지. 이런저런 상황을 상상해보고 모리사와는 혼자 작게 웃었다. 못 참을 것 같은데 큰일났다. 

 

모리사와가 눈을 거대한 스크린 위에서 떼지 못하다 기다리던대로 화면이 바뀌자마자 몸을 벌떡 일으켜 게이트 쪽으로 이동했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잠기운을 달고 기체와 연결된 통로를 빠져나와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그 중 삐죽 솟아오른 머리통이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한 듯 몸보다 앞으로 쏠린 채 느리게 움직이는 것을 발견한 모리사와가 이름을 크게 외치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뛰어가 그를 품에 안아 올렸다.

 

"으왁!"

"하하하 타카미네! 보고 싶었다!"

 

다짜고짜 안긴 채 허공에서 한 바퀴를 돈 타카미네는 바람 빠져나가는 소리가 섞인 비명을 내질렀다.

 

"뭐, 뭐야. 선배가 왜 여기 있어요?!"

"마중 나왔다!"

"아 진짜 이렇게 사람 깜짝깜짝 놀라게 하지 말라고요. 너무 놀라서 지금..."

 

어버버거리는 타카미네를 껴안은 채 모리사와는 그저 웃으며 어깨에 얼굴을 비볐다.

 

"정말 보고 싶었다."

"...다녀왔어요."

"응."

 

마주 모리사와를 안아준 타카미네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서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난감하다는 듯 손으로 모리사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선배, 일단 우리 좀... 아니 지금 울어요?"

"아니, 너무 좋아서."

 

네가 돌아왔다. 네가 돌아오는 곳이 나라는 사실이 견딜 수 없이 벅차. 이걸 말해주고 싶은데.

 

"차 가져온거죠? 우선 차에 가요, 네?"

 

당황해서 뻘뻘대는 네가 사랑스럽다.

 

"타카미네."

"네."

"좋아한다."

"알아요."

"사랑하고 있어." 

"...저도요."

 

다시 나의 공간으로, 우리의 집으로, 돌아와야할 곳으로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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