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옅은 풀잎 냄새와 아득하게 들려오는 물소리에 타카미네 미도리는 눈을 살며시 떴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탁상시계를 확인한 미도리는 '오늘 어쩌면 저 사람, 지각할지도 모르겠는데...'라는 생각과 함께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잠금 장치가 고장난 화장실 문의 문고리를 잡아 돌려 문을 열자 보이는 광경은 그의 예상대로였다.
"선배..."
"흐으아갸갹!!! 아! 타가미네!! 일어났으아악!! 잠깐 눈!! 눈이!!"
".....하아, 또 비누로 머리 감고 있죠 진짜..."
갑자기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놀라 세면대 앞에서 펄쩍 뛰어올랐던 모리사와 치아키는 머리에서 흘러내려 눈에 들어간 비눗물 때문에 다시 한번 비명을 지르며 난리법석을 떨었다.
"급하면 차라리 드라이 샴푸 쓰랬잖아요..."
"아하하.... 깜빡했다! 하하..."
"내가 일부러 세면대 바로 옆에 뒀는데"
"다음부터는 꼭 사용하도록 하겠다!"
눈을 꽉 감은 채로 세면대를 두 팔로 짚고 그 위로 어정쩡하게 상체를 숙인 치아키가 멋쩍은 듯 대답하자 됐으니까 얼른 씻고 나와요, 지금 시간 25분 조금 지났어 라는 말을 흘린 미도리는 이상한 괴성을 내뱉고는 다시 재빠르게 손을 움직여 비눗물을 씻어내는 치아키를 바라보다 화장실을 빠져나와 도로 침실로 들어가는 대신 부엌으로 들어가 식탁 가장자리에 위치한 토스터를 전원에 연결했다.
냉장고의 문을 열어 다행히 몇조각 남아있는 식빵의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마가린과 함께 꺼내 식탁으로 가져온 미도리가 조금 고민하더니 식방봉지에서 두 조각을 꺼내 토스터에 넣고 빵이 노릇노릇 구워지기를 기다린지 4분, 미도리의 눈 앞에 띵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톡하고 튀어 오른 빵 두조각과 동시에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귀신같은 타이밍이네라고 생각하며 재빠르게 손을 놀려 따끈하다못해 아직은 손이 데일것 같이 뜨거운 토스트를 하나 집어들고 마가린을 펴 바르던 미도리 옆으로 다가온 치아키의 눈은
"선배, 눈 완전 빨개요. 괜찮아요?"
"음! 괜찮다!"
"괜히 사람 미안해지게..."
"하하하... 그나저나 오늘 오프인데 왜 이 시간에 일어난거냐. 일부러 깨우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물소리랑, 풀 냄새 나서요."
그것 때문에 선배 또 바보같이 비누로 머리 박박 밀고 있겠구나 싶어서 일어났죠.
미도리가 토스트를 내밀자 또 다시 머쓱해진 표정을 지은 치아키는 고맙구나라는 감사인사를 건네며 토스트를 입에 물고 부엌에서 다시 침실로 향했다. 어지간히 마음이 급한 모양이었다.
미도리가 다른 토스트 한 쪽에 마가린을 바르는 동안 바지만 입고 채 입지 못한 상의를 한 손에 쥔 치아키가 여전히 몇 입 먹지 못한 토스트를 입에 문채로 침실을 나와 다시 부엌으로 들어왔다.
그런 치아키의 입에서 미도리가 토스트를 다시 자신의 손으로 옮겨오자 치아키는 우물대며 들고 있던 옷 중 하나인 티셔츠를 재빠르게 목에 끼웠다.
"하나씩해요 하나씩. 아주 난리 났네."
"아-"
다시 입을 벌리는 치아키의 입에 어쩔 수 없다는 듯 다시 토스트를 물려준 미도리는 치아키의 손에서 셔츠를 빼앗아 들고 치아키의 뒤에서 펼쳐보였다. 다시 열심히 입을 우물대며 양 팔을 티셔츠의 구멍으로 끼워넣은 치아키는 미도리가 들고 있는 셔츠에도 팔을 넣고 티셔츠를 바지에 안으로 구겨 넣었다. 치아키가 빠르게 단추를 채우는 동안 바지와 티셔츠에 떨어진 빵부스러기를 가볍게 털던 미도리는 아, 선배 38분.이라는 말과 함께 식탁위의 다른 토스트를 치아키의 손에 쥐어주며 현관에 눈길을 던졌다.
"선배, 가방은?"
"음 므뜨!(아 맞다!)"
"가서 신발이나 신어요."
침실 옆 방으로 달려간 미도리는 치아키의 가방을 집어 그 내용물을 확인한 뒤 다시 현관으로 뛰어가 두번째 토스트를 우물거리며 현관에서 신발 끈을 묶고 있는 치아키 등 뒤에서 가방이 상체를 비스듬히 가로지르게끔 가방의 벨트를 채워주었다.
일어나 몸을 돌려 우물거리던 것을 목울대가 크게 울렁이는 것이 보이도록 삼켜낸 치아키가 여전히 붉은기를 머금은 흰자와 그 가운데 고동빛의 눈동자를 한 눈과 대비되는 미도리의 깔끔한 흰자와 맑은 바닷빛의 눈동자를 가진, 그리고 약간은 졸려보이는 눈과 마주보며 눈과 입꼬리를 휘며 웃어보였다.
"다녀오겠다!"
"다녀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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