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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드님 원더쇼 좀아포 au 기반 비배스 side

"앗, 다들 기다렸지!"
"코하네~!"
"오."
"안녕, 아즈사와."

방과 후에 모두가 모여 레코드샵에 가기로 한 날이었다. 약속 장소인 카미고와 미야여고 중간지점에서 코하네를 기다리던 셋은 저 멀리에서부터 달려오는 그들의 유일무이한 미야여고 멤버를 반겼다.

"오늘 음반판매점에 들렀다가 바로 카페로 가서 연습하기로 했지?"
"응응! 옷 미리 갈아입고 왔구나! 오늘도 귀여워!"
"헤헤, 안 쨩도 오늘 멋있어!"
"어이, 실실거리는 건 그쯤해두고 바로 출발하자고."
"에- 점원씨, 점원씨 옷은 칭찬해주지 않아서 삐지셨나요~?"
"뭐라는거야. 가자, 토우야."
"응."

코웃음 치며 레코드샵을 향해 몸을 돌린 아키토와 그를 따라 이동하기 시작한 토우야에게 안이 장난스럽게 우는 소리를 냈다.

"아아, 같이 가! 우리도 가자 코하,"

웃는 얼굴로 코하네를 감싸 안으려 팔을 뻗은 안의 뒤에서 차가 브레이크를 밟는 소름끼치는 소리가 났다. 놀란 안이 코하네의 팔을 급하게 잡아채고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굉음과 사람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뭐, 뭐야."

뜻밖의 사고를 목격한 넷은 건물 외벽을 들이받아 보닛이 열린채로 처참한 꼴로 연기를 뿜어내는 자동차를 멀거니 바라보았다.

"저거 위험한 거 아니야..?"
"아, 응 신, 신고를 해야...!"

퍼뜩 정신을 차린 코하네가 허둥지둥 휴대폰을 꺼내들고 번호를 누르는 동안 토우야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에 입을 열었다.

"지금 엄청난 발소리가 들리는데..."
"발소리?"

질린 안색의 안이 토우야에게 반문했다.

"응. 그것도 한 사람이 아니라 꽤 여러 명의..."

토우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골목 사이에서 사람들이 달려나와 사고현장을 덮쳤다. 밖으로 노출된 엔진 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에도 아랑곳않고 우그러진 차체와 바스라진 건물 벽에 마구잡이로 들러붙어 허우적대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지가 있는 지성체로 보기 힘들었다.

"저게...뭐야."

넋이 나간 듯 누군가 중얼거렸다.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다. 그 사이에 통화버튼까지 눌러 전화연결에 성공한 코하네는 휴대폰 너머로 연결된 구급대원의 부름에도 답하지 못하고 굳은 채 눈 앞의 상황을 바라보았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저기, 들리시나요? 들리시면 짧게라도 대답해주세요. 혹시 대답하시기 힘든 상황이신가요?"
"아..."
"신고자 분, 제 말 들리시나요?"
"아, 네, 지금,"

대답하려 애쓰느라 떨리는 목소리에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아키토가 비현실적인 장면에서 코하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저와 눈이 마주쳤음에도 후들거리는 코하네에게 손을 내밀었다.

"괜찮냐. 내가 설명할게."
"아, 응... 미안."

하늘을 향한 손바닥 위로 휴대폰을 넘기려던 그 때 아키토는 자신이 내밀었던 손으로 휴대폰을 잡는 대신 휴대폰을 붙들고 있던 코하네의 손목을 잡아 당기며 다른 손으로는 재빠르게 한쪽 어깨에 메고 있던 자신의 백팩을 붙들고 코하네의 뒤를 향해 크게 휘둘렀다.

"이런 미친!"

코하네의 휴대폰이 바닥에 떨어지며 바스러지는 소리를 냈지만 동시에 아키토가 휘두른 가방에 맞아 휘청이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뒤로 넘어가는 육중한 몸체 때문에 네 명의 주의를 끌지 못했다.

"뭐야, 이거! 사람 아니지!"
"사람이겠냐! 뛰어!"

목을 졸리는 듯한 괴상한 신음 소리를 내며 당장이라도 튀어 오를 듯 움찔대는 몸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아키토를 선두로 넷은 사고가 난 현장의 반대편, 오늘의 본 목적지였던 레코드샵이 있는 방향으로 뛰었다.

"어디로 가야 하는데!"
"몰라! 젠장! 이게 무슨 상황이냐고!"
"일단 문을 닫을 수 있는 건물로 들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아키토를 따라잡아 옆에서 침착하게 토우야가 의견을 제시했다.

"여기서 좀 더 떨어진 곳에서 아무데나 들어가면...!"

외치듯 말하던 아키토는 바로 옆 건물 사이에서 무언가 튀어나와 저를 향해 입을 벌리자 반사적으로 조금 전 코하네 뒤의 괴물을 후려치는데 사용했던 제 가방을 다시 한번 내질렀다. 괴물은 그대로 머리를 맞고 바닥에 강하게 부딪히며 쓰러졌다.

"와악!"
"이것들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튀어나오는 건데!"

넷은 기겁하며 쓰러진 괴물과 그가 튀어나온 건물을 바라보았다. 흔한 브랜드 커피숍의 야외 테라스가 시선 끝에 걸렸다.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맨 땅 위에 쓰러져 미동조차 없는 이들이 여럿이었다. 그들에게는 짐승에게 물려뜯긴 듯한 상처가 있었다. 아키토의 바로 옆에서 쓰러진 몸이 살짝 움직였다. 움직임을 감지한 아키토는 인간과 유사하게 생긴 괴물을 향해 잠시 머뭇거렸지만 괴물이 목을 울리며 혈흔이 남은 입가를 바르르 떠는 모습을 보고 발로 그 목을 있는 힘껏 밟았다. 잠시간 소름끼치는 정적이 넷이 디디고 선 도로 위에 흘렀다. 추리소설 외에도 온갖 장르의 소설에 익숙한 다독가인 토우야는 물론, 귀신을 무서워해 공포영화에 취약한 안까지 이 상황이 어떤 장르의 도입부인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좀비..."

안이 조용히 내뱉은 단어 위로 카페 쪽에서 이상한 신음소리가 들끓기 시작했다. 좀비가 되기 전, 평범한 인간이었을 카페 주인이 틀어둔 라디오가 그르륵대는 소리를 배경음 삼아 힘겹게 지직대며 지금의 상황을 설명했다.

'청취자 여러분, 긴급속보입니다. 현재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이 이성을 잃고 다른 이들을 무는 괴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실내에 계신 분들께서는...'

주머니 안에 있던 아키토의 휴대폰이 부르르 떨어댔다. 사람들의 혼란을 대변하듯 주머니에서 꺼낸 휴대폰의 화면 위로 메세지들이 쏟아져내렸다. 아키토가 멍하니 화면을 내려다보는 동안 안 역시 울리기 시작한 제 휴대폰이 표시하는 발신자를 확인하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안!
"아빠...!"
-너 지금 어디냐! 다른데 가지 말고 바로 카페로..!

그리고 잠깐의 소란이 무색하게 또 다시 괴괴함이 찾아들었다. 더 이상의 발신과 수신이 불가능해 무용해진 두 대의 휴대폰이 잠잠했다.

"신호가... 안 잡혀."

멀찍이 널브러져 있던 시신들이 꿈틀거렸다. 코하네는 안의 손을 잡았다. 그 사이에 생각을 마친 토우야는 조용히 말했다.

"조금만 더 가면 레코드샵이야. 주변에 어떤 건물이 있는지 확실치 않으니 익숙한 곳에 가서 몸을 숨기자. 아키토가 요령껏 가방으로 둘을 처리하긴 했지만 맨손은 위험해. 레코드샵은 일단 열려있다면 들어가서 문을 잠글 수도 있고 공간도 넓은데다 선반같은 구조물이 많아서 몸을 피하면서도 혹시라도 내부에 있을 몇 정도는 처리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 던질 수 있는 물건도 있고."

테라스 위에서 시신 하나가 두 발로 일어섰다. 다급해지는 토우야의 표정에 코하네는 동의를 표하듯 끄덕거리며 안과 맞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벌벌 떠는 사람이 코하네 자신인지, 안인지 알 수 없었다. 아니, 아까의 차사고를 목격한 뒤로 계속 떨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었다. 그래도 움직여야 했다. 온몸이 떨리더라도 넘어지지 않게 다리에 힘을 주고. 아키토 역시 토우야를 향해 고개를 한번 까딱한 뒤에 가방을 단단히 쥐고 나직이 말했다.

"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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